일전에 아나키즘에 심취해있는 후배와 공산주의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공산주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공산주의를 공부한 적도 없고 심도있게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 후배와이야기를 나눌때마다 세상을 지배와 피지배 집단으로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
나는 이 지배와 피지배라는 개념이 참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지배와 피지배 계층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지배와 피지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는 지배와 피지배를 권익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곤 한다.
그래서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착취하는 것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것 쯤으로 이해한다. 물론 더 생각할 여지는 있지만 귀찮다 보니 이정도로 정리하는 편이다.
착취를 일삼는 지배계층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지만 내가 공산주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지배와 피지배가 발생하는 것은 그런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이기심>이라는 개념에 가깝다. 나만 잘되면 된다.
이것이 어떤 차이를 가지는가 하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입장이 역전된 경우를 한번 상상해보라.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주변에서 완장하나 달더니 사람이 변하더라 라는 말을 종종들을 것이다.
나는 지배와 피지배가 입장에 의한 차이이지 근본적이 무엇이 달라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치 않는다.
물론 노블리스오블리제등과 같은 인격적 완성을 갖춘 지배계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지배와 피지배계층의
불합리성을 설명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열외로 봐야할 것이다.
그런 근본적 한계를 타파하고 동일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지향점일 수는 있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세계의 공산주의는 그런한계를 극복하기는 커녕 인민위에 군림하는 또다른 권력의 지배계층에
불과한 부조리한 반복을 보여주곤했다.
적어도 공산주의를 설명하는 훌륭한 성공사례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친구들이 말하는 공산주의 이상향을 들어볼때 마다 공산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 인간의 선천적 선량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점에서 내가 후배에게 부(富)를 인간이 더이상 생산하지 않고 그저 소비만 해도되는 세상이 온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아주 먼미래의 이야기 이고 과연 가능할 것인지 확신하기도 힘든
그런 막연한 이야기 이다.
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고 부(富)라는 것을 인간이 소유조차할 필요가 없는 세상.
물론 생산시스템을 완벽하게 전자동화하기 때문에 특정한 개인이 부(富)를 독점할 필요조차 없는 세상을
상상한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조차 틀렸던 것 같다.
인도 불가촉천민에 대한 이야기 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볼때 불가촉천민에 대한 편견은 잘못된 것이다.
더이상 불가촉천민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보수적인 노인들이 아닌 서구화된 교육을 누린
젊은 세대에서 조차 불가촉천민에 대한 편견이 유지 되고 있는 점을 볼때
사회가 부(富)를 나눈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른 예가 있는데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야기다.
사우디는 세금이 없다. 석유로 인한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 없이 막대한 복지 혜택을 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富)가 소수 기득권층에게 독점되고 있다.
부를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만약 나에게 그마한 부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사회구성원들에게 재분배할 용의가 있는가.
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자신도 포함해서)
인간의 본성을 제도가 컨트롤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제도가 인간의 이기심을 컨트롤 할 수 있으리라 생각치도 않는다.
제도가 인간을 제어한다면, 결국 그 제도를 제어하는 것 또한 소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공산주의를 불신하는 이유이다.